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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과학고, 자랑스런 교명과 교풍을 지켜 주십시오!
박** 2009.09.25 조회수 : 5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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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그리고 안타깝습니다.
덕분에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되찾아 보게 됩니다. 2006년 1월 12일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으로 격양된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두드렸었습니다. 그리고 간절한 소망을 담아 \ 우리는\ 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 교명변경을 화두로 이 클럽이 조금씩 뜨거워지려 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글쎄요. 이번에도 교명이 바뀌지 않으려면 다음 교육감이 다른 분이 되시면 또 그 맘때 즈음이리라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네, 저는 장영실과학고등학교 졸업생입니다. 그때부터 3년하고 조금 더 지난 지금. 여기 클럽에까지 조금씩 스며들 정도라면 이미 교명 변경 절차가 상당 부문 진척되었으리라는 생각에 안타깝습니다. 또한, 교명변경 관련으로 졸업생의 의견이 그 행정절차에 현 재학생의 학부모의 손에 의해 얼마나 투명하게 반영될 것인가가 의문스 럽고, 졸업생의 의견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지가 걱정스럽고, 현재 교명변경 절차에 깊이 발 담그고 계신 것으로 보이는 후배분들의 학부모님들께서 과연 졸업생 의견을 고려할 것인가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스러운 것이 몹시 안타까울 따 름입니다. 3년전 제가 교명에 반대하고 글을 쓸 때에는 분명 알량한 자존심과 함께였습니다. 내가 졸업한 학교의 이름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 그것은 마치 어머니 아버지의 이름을 남이 멋대로 바꾸려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 1학기 수업들 들은 지 2주일째인 오늘. 이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저 죄송스럽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를 비롯한 졸업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였는데에도 여전히 네임벨류에 목말라하는 후배 여러분들을 보면서 반성합니다. 나는 왜 잠을 줄여가며 연구를 하지 않았으며 나는 왜 시험기간에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으며 나는 왜 평소 자유시간에 복습하지 않고 이리저리 방황하였으며 나는 왜 여태껏 세 번의 방학을 동아리 연주회 준비 따위에 헛되게 소비하였으며 나는 왜 모교에 자주 찾아가서 그대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힘써 정진하고 있는지 힘주어 말하지 않았는가. 후배여러분들, 그리고 그대들의 위대한 아버지 어머니들에게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후배여러분 이 죄송스러움과 함께 제 마음에 차오르는 감정은 안타까움입니다. 교명 변경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대들이 장영실과학고등학교라는 학교 이름에 자부심이 없는 것이 안타깝고 그대들과 그대들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한낱 학교 이름의 위상에 기대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함이 안타깝고 그대들을 위해서라면 제발 그대들에게 부산과학고등학교 졸업생이라는 이름을 안기고 싶 어, 대의라 마음대로 이름붙인 가치를 이루기 위해 그대들의 선배의 반대를 무릅쓰는 그대들 부모님의 근시안적인 사고가 안타깝고, 그대들을 품안에서 내놓지 못해 어떻게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대들에게 이익이 되 는 것이라면 연륜에서 묻어나는 깊은 통찰력을 제쳐 두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그대들의 아버지 어머 니 여러분들이 안타깝습니다. 후배여러분, 그리고 그대들의 아버지 어머니 여러분. 감히 말씀드리나니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부디 헤아려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십 시오. 그대들이 졸업하고 부산과학고등학교가 또 하나 생겨나고 오랜 시간이 흘러 만약 부산과학고등학교라는 우리보다 늦게 개교한 학교의 위상이 더 높다면 그대들은 스스로를 살피기 이전에 학교 이름 때문이라고 변명하시겠습니까? 물론,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과 그들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그저 지역 이름이 들어가서 부산과학고등학교를 고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의 학창시절 중 정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를 차지할 고등학교를 이름만으로 고르는 그런 학생이 어찌 모교의 설립 이념과 자신의 가치관을 공명시켜 쉼없이 정진하여 마침내 모교를 빛 낼 위대한 그릇이 되겠습니까? 그뿐입니까, 그대들이 졸업하고 나면 그대들이 나아가는 길은 그대들이 지금껏 쌓아온 그대들의 업적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지 그대들이 졸업한 학교이름은 게다가 고등학교 이름은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그대들이 쉼없이 정진한다면 학교 이름에 기댈 필요 따윈 없어야하며, 오히려 그대들의 업적이 다른 과학고등학교보다 늦게 태어난 우리의 모교를 더욱 빛내야 할 것입니다. 후배 여러분, 부디 자신감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대들은 굳이 고등학교 이름에 연연하지 않아도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는 그릇이 며, 고등학교 이름때문에 그대들의 업적이 빛이 바래어 모교의 위상을 빛내지 못할 인물이 절 대 아닙니다. 그리고 그대들을 이 자리까지 길러내신 그대들의 아버지 어머니 여러분, 저희 졸업생을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자녀분들을 믿어주십시오. 아무리 여러분의 자녀분들을 위한 일이라지만, 여러분 당신들의 개인적인 욕심이 녹아나서는 안됩니다. 제가 이렇게 우수한 두뇌를 가진 후배분들과 그들을 길러내신 훌륭한 통찰력을 가진 여러분에게 현재 이공계의 업적은 모교의 이름이 아니라 출판한 논문의 양과 질에 모든 촛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개업의사의 수보다 폐업 의사의 수가 더 많으며, 의학전문대학원의 출현으로 의사수준의 평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미 수많은 변리사들이 로스쿨 입시에 달려들고 있으며, MIT, Harvard이 같은 주에 있지만 그 졸업생이 모두 우수하여 두 학교의 위상이 모두 높다는 것과 같이 당신들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사실들을 여기서 굳이 끄집어 내지 않아도 교명은 결국 학교의 위상에 사소한 요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후배 여러분, 그리고 그대들의 아버지 어머니 여러분, 죄송합니다. 더욱 정진하여 자신과 모교의 위상을 빛내겠습니다. 조금만 더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다시 한 번 감히 말씀드리나니 부디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지금 이 소모적인 상황을 원래의 평안한 모습으로 돌려주십시오. 장영실과학고등학교 0기 0 0 0 올림. 2009/03/15 15: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