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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물려줘야할 세상은...

부** 2006.04.14 조회수 : 877

내 아이에게 물려줘야할 세상은...
(2006. 4. 14)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게 된지도 언 9개월. 해가 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우리의 현실은 아
직도 한겨울의 매서운 한파처럼 처량하고 고달프기만 합니다.

2002년 8월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타이틀 아래 채용된 저희는 부푼
마음으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냉담한 시선들과 부딪
쳐야 했고, 두 개조로 나뉘어 한 팀은 새벽부터, 또 다른 팀은 밤을 넘기는 심야까지 화장
실도 가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또 경조사가 있으면 동료의 휴일을
털어가며 쉬어야했고, 명절이나 휴가철이 되면 고향을 다녀오는 승객들에게 웃으며 인사하
면서도 맘속으로는 부러움에 바라보면서, 이런 열악한 환경 내에서도 참고 또 참아가며 열
심히 일했었습니다.

해고되는 날까지 노동조합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고 왜 해야 되는 지도 모르고
묵묵히 일만 하던 우리가 노동조합에 제 발로 찾아가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도와달라고 말
하였습니다. 처음엔 새빨간 조끼를 입는 것이 너무나도 어색하고 팔뚝질하는 일이 힘들기
만 했었는데, 이제는 진작에 알았더라면 조금 더 우리의 권리에 대해서 주장을 했을 것이
고, KTX동지들처럼 파업이라는 것도 해보고 교섭이라는 것도 해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
회를 하고 있습니다.

해고되고 나니 내 자신에 대한 원망과 자괴감이 내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묵묵히 참고
일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구나 억울한 것은 억울하다고 말해야 하는 구나’하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하고 내 자신을 돌이켜 보면 ‘힘들고 아파도 말도 못하고 묵묵하게 열
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하고 내 자신의 원망에서 벗어
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부산교통공사는 우리를 ‘경영적자개선’이라는 명목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미안하
다는 말 한마디 없이 하루아침에 해고했습니다.

계약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급하게 우리를 쫓아낸 그들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부산교통공사에서 회사사장을 시켜 ‘업무상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것이며 민,형사상의 책
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는 각서를 위장한 사직서를 왜 받으라고 시켰을까요?
왜 우리사회는 한달전에 해고통지서를 보내기만하면 금전적 피해보상도, 도의적 책임도,
법적인 책임도 아무 하자가 없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법은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비정규직, 계약직 근로자들은 해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려야하고,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반
도 안되는 월급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요?

제가 16년전에 받던 월급이 134,000원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그래도
그 금액으로 생활비도 하고 학비도 대고, 그러고도 월 2만원정도 저축을 했었습니다. 너
무나도 가난하고 힘들었던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앞으로의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
지만 생활수준이 많이 나아졌다는 지금은 일자리도 잘 없고 구한다해도 저임금에 해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려야만 현실이 암울하기만 합니다. 저하된 삶 속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
도 아이 학비대기도 힘든, 밑바닥을 헤매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더 내 삶을 초
라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자본가들의 고도화된 전략에, 또 다수는 대세라고 외치며 고집하고 있는 저 거대한 흐름
에 나의 목소리는 거대한 파도 앞에 모래알같이 미약하지만 작은 모래알들이 모여서 백사
장을 이루고 사막을 이루는 것처럼 약한 하나하나의 모래알인 우리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서 흐름을 막아야 하고 나아가 덮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당하면서도 아무렇
지도 않은 듯 살아간다면 내 아이가 자라서 또 이런 대접을 받으며 살게 되겠구나.’하고
생각하니 ‘부모로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줘야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신,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발판 그리고 나아가서는 이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을 물려줘야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저는 바랍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따지지 않고 하나의 노동자로 불리워서 당연한 노동자
의 권리인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그 대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당당한 노동자로 살고 싶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말이지만 너무나 이 사
회에서는 감히 꿈속에서나 생각해볼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슬픕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단결하여 노력한다면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그래서 프랑
스처럼 우리 모두 웃을 수 있는 날을 맞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박은주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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